'日유학파' 주일 한국대사와 '한류 팬' 주한 일본대사… 양국 갈등 매듭짓나

입력 2020-12-09 16:40   수정 2020-12-09 17:02


일본 정부가 신임 주한 일본대사로 ‘한국통’으로 알려진 아이보시 고이치 주이스라엘 일본대사를 내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일본통’ 강창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신임 주일 한국대사로 내정한 가운데 두 신임 대사가 고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일 관계의 개선에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교도통신은 지난 7일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도미타 고지 주한 대사가 주미 대사로 이동하고 후임으로 아이보시 대사가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아이보시 대사는 1983년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이후 1999년과 2006년 각각 한국에서 근무한 ‘한국통’으로 알려졌다. 아이보시 대사가 지금까지 한국에서 근무한 기간은 총 약 4년 2개월이다.

아이보시 대사는 한류를 좋아하고 한국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두 번째 한국 근무 시절인 2008년 주한 일본공보문화원 홈페이지에 ‘슬픈 한국어’라는 제목의 칼럼을 올리고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서울 도착 당시의 인상은 ‘처음으로 말이 안 통하는 외국에 왔구나’라는 것이었다”며 “한국어 공부를 포기하지 않은 것은 노래방 덕분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칼럼에서 일본 복귀 이후에도 당시 한류 열풍으로 한국 문화를 끊임없이 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에 와서도 한동안 한국은 '내 마음 속의 붐’이었다”며 “해외 출장 때 비행기 안에서 한국 영화를 보고 출장지에서도 현지의 한국 식당을 꼭 들렀기에 때로는 동행에게 폐를 끼치는 일도 있었지만, 한국 문화에 흠뻑 빠져들어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리타공항에서 바로 신승훈 콘서트장에 가기도 했다”고도 덧붙였다.

신임 주일 한국대사로 내정된 강 전 의원도 대표적인 국내 ‘지일파’ 정치인으로 알려져있다. 강 내정자는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등 유학 경험이 있고 2017년부터 올해까지는 한일의원연맹 회장도 역임했다. 강 내정자는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한반도 태스크포스(TF)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우호적으로 한·일 관계를 전환하는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강 내정자는 지난 2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일본 여론을 의식한듯 “한국에선 (천황 대신) ‘일왕’이라고 하자”는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대사로 부임하면 천황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일 양국이 각각 대사를 ‘한국통’과 ‘일본통’으로 주고받은 것은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양국 정부는 오랫동안 냉각된 관계를 풀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 모두 발언에서 “존경하는 의장님, 각국 정상 여러분. 특히 일본의 스가 총리님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며 스가 요시히데 신임 일본 총리와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다.

‘한·미·일 삼각 공조’를 강조해온 조 바이든 차기 미 행정부 출범도 양국 관계 개선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한·일 간 갈등에 크게 신경쓰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한·일 관계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6일 일본 정부가 서울 개최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 “전제조건 없이 무조건 참석하라”고 스가 총리에게 요구하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

하지만 신임 대사 내정만으로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대구지법에 따르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자산인 피앤알 주식 매각명령에 대한 심문서는 9일 0시 공시송달로 효력을 발휘했다. 법원이 압류한 일본제철 자산에 대한 매각 명령 집행 절차가 이제 시작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에 대해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의 징용 판결과 후속 사법 절차가 “명확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만약 현금화(일본 기업 자산 강제 매각)에 이르면 한·일 관계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양국 정상 간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는 사법적인 영역으로 넘어가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주지해왔지만 ‘정치적인 타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일본을 방문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잇는 양국 정상간 새로운 공동선언을 제안한 것도 정치적인 타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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